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 이야기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 이야기

향을 꽂는 바닥 화로, 사실은 고려의 국보

소원법당 불단 앞 바닥에는 푸른 녹이 낀 작은 청동 화로가 놓여 있어요. ‘향 올리기’를 누르면 이 화로에 향을 꽂지요. 그런데 이 화로, 사실은 고려 시대의 국보를 본떠 만든 거예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 정면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 (고려, 국보)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한눈에 보기

이름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 · 국보 ‘귀면 청동로'(옛 국보 제145호)
시대고려
크기높이 13.0cm, 입지름 14.5cm — 두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
국보 지정1972년 6월 24일
계신 곳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2006년 남궁련 선생 유족 기증)

짐승 얼굴로 바람을 들이다

솥 모양 몸통을 다리 셋이 받치고 있어요. 몸통 윗부분 띠에는 도철문이라는 짐승 얼굴 무늬가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고, 그 사이를 구름무늬와 번개무늬가 채웁니다. 다리 셋의 윗부분에도 작은 짐승 얼굴이 하나씩 있어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앞쪽 잘록한 부분의 큰 짐승 얼굴이에요. 이 얼굴의 입이 뚫려 있는데, 바로 바람구멍입니다. 이 입으로 공기가 들어가 안쪽의 숯불을 살렸어요. 무서운 얼굴이 불을 살리는 구멍이 되는, 재치 있는 솜씨지요. 아가리 위로는 세 개의 삼각형이 솟아 있고, 몸통 양옆에는 고리가 두 개씩 달려 있어요. 고리에 걸던 손잡이와 안쪽의 불 받침판은 지금은 남아 있지 않아요.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를 위에서 본 모습
위에서 본 모습 — 도철문 띠와 양옆 고리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전체 모양은 중국 주나라의 세 발 달린 제사 솥을 본뜬 것으로 봐요. 표면 전체에 낀 푸른 녹은 구리가 오랜 세월 공기와 물기와 만나 생긴 것이에요. 안정된 녹은 오히려 속 금속을 지켜 주는 옷이 되어서, 박물관에서도 벗겨 내지 않습니다.

짐승 얼굴무늬에 담긴 뜻

짐승 얼굴무늬는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벽사)는 뜻으로 건물과 공예품에 널리 쓰였어요. 중국 고대 청동기의 도철문에서 비롯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려 기와, 백제 무늬벽돌, 신라 기와에 이어 고려·조선까지 꾸준히 나타나요. 흔히 ‘도깨비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용의 얼굴로 보는 학자도 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느 하나로 정하지 않고 ‘짐승 얼굴’이라고 부릅니다.

향로가 아니라 풍로였어요

모양은 향로처럼 보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유물을 풍로로 분류해요. 풍로는 바람구멍을 내어 불이 잘 붙게 한 작은 화로예요. 짐승 얼굴 입으로 바람을 들인 것이 그 증거지요. 차를 달이던 다로(茶爐)였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어요.

절에서 향을 피우던 대표적인 그릇은 향완이에요. 밥그릇 모양 몸체에 나팔 모양의 높은 받침이 달린, 우리나라 특유의 불교 향로입니다. 고려 시대에는 몸체에 은실을 박아 범자와 연꽃, 구름을 새긴 화려한 은입사 향완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밀양 표충사의 청동 은입사 향완(1177년)이 대표예요.

고려 청동 은입사 향완
비교: 고려 청동 은입사 향완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향을 올린다는 것

절에서 향을 피우는 것은 나쁜 냄새를 없애고 마음을 맑게 한다는 뜻이에요. 향은 등·차·과일·쌀·꽃과 함께 부처님께 올리는 여섯 가지 공양(육법공양) 가운데 하나입니다. 향 연기가 위로 피어오르듯 바람과 정성이 닿기를 비는 마음이지요.

소원법당에서는 향을 꽂는 화로로

소원법당 바닥의 청동 화로
소원법당 불단 앞의 청동 화로 · 📷 소원법당에서 찍은 사진

소원법당의 화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개한 이 화로의 3D 자료(공공누리 제1유형)로 만들었어요. 모양만 담긴 자료라 푸른 녹이 낀 청동빛을 입혔고,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비춰 짐승 얼굴이 잘 보이게 했어요. 원래는 불을 담던 풍로이지만, 법당에서는 향을 꽂는 향로로 새 쓰임을 얻었어요. 이건 이든테크가 붙인 새 역할이랍니다.

  • ‘향 올리기’를 누르면 내 모습이 화로 앞으로 걸어가 향을 꽂아요.
  • 한 사람이 동시에 3개까지, 화로에는 모두 30개까지 꽂을 수 있어요.
  • 향은 2시간 동안 타며 연기를 피워 올리고, 그동안 불단 위 금동대향로의 연기도 더 짙어져요.

🪔 소원법당에서 향 올리기

참고한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증7260)·’청동 은입사 향완'(구3125)·’청동 은입사 청곡사 향완’ · 국립중앙박물관 2006년 남궁련 기증 알림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귀면 청동로’·’귀면문’·’향로’·’향’ · 한국일보(2006.7.26)
※ 출토지와 정확한 제작 세기는 공식 자료에 없어 적지 않았어요.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법당 화로 3D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짐승얼굴무늬 청동 화로’, 공공누리 제1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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