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종 이야기

십이지 종 이야기

진관사 동종의 모양, 에밀레종의 소리, 인천 약사사의 십이지종

소원법당 마당 서쪽 종각에는 작은 금빛 종 열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어요. 자(子)·축(丑)·인(寅)·묘(卯)… 열두 띠마다 종이 하나씩이고, 누르면 에밀레종 소리가 울립니다.
이 십이지 종은 어디서 모양을 빌려 왔고, 왜 열두 개일까요?

소원법당 마당 종각의 십이지 종
돌 선반 위에 띠마다 하나씩 걸린 십이지 종. 빨간 ‘올해의 종’ 표는 병오년 말띠 종이에요. · 📷 소원법당에서 찍은 사진

종의 모양: 고려의 작은 종 ‘진관사 동종’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진관사 동종 전체
진관사 동종 (고려, 높이 29.8cm)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소원법당 십이지 종 하나
이 종을 본떠 만든 법당의 종 · 📷 소원법당에서 찍은 사진

법당의 십이지 종은 국립중앙박물관이 3D 자료로 공개한 진관사 동종을 본떴어요. 높이 29.8cm, 몸통 지름 19.4cm의 아담한 고려 시대 종이에요.

  • 용뉴와 보주 — 종을 매다는 고리는 S자로 몸을 굽힌 용이고, 용이 한쪽 발에 여의주(보주)를 쥐고 있어요. 고려 후기 종의 특징이에요. 용 옆으로는 소리 대롱(음통)도 보여요.
  • 어깨 장식 — 종 어깨에 꽃잎 모양 장식이 구름처럼 굽이치며 둘러져 있고, 그 아래 네모 칸마다 연꽃 봉오리 돌기가 아홉 개씩 솟아 있어요.
  • 절 이름을 새긴 칸 — 몸 한쪽에 위패 모양 칸을 두고 ‘진관사(津寬寺)’라는 절 이름을 새겼어요.
  • 보살상 — 종을 치는 자리(당좌) 옆에 서 있는 보살상이 새겨져 있어요. 보통 종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에요.
진관사 동종의 용뉴와 음통
S자로 굽은 용뉴와 음통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진관사’라고 하면 서울 은평구 북한산의 진관사가 먼저 떠올라요. 고려 현종이 진관대사를 위해 세운 절로, 조선 태조가 수륙사를 두어 나라의 수륙재를 지낸 곳이에요. 이 수륙재는 2013년 국가무형유산이 되었어요. 다만 박물관은 이 종이 은평구 진관사의 종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아요. 같은 이름의 절이 또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종에 새긴 글의 자세한 내용(만든 해, 만든 사람)도 아직 공식 풀이가 나와 있지 않아요.

종의 소리: 에밀레종

모양은 진관사 동종이지만, 소리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이에요. 국립경주박물관의 2025년 타음 조사 때 울린 실제 에밀레종 소리를 담아, 법당의 어느 십이지 종을 쳐도 “웅~ 웅~” 하고 길게 숨 쉬는 맥놀이가 이어집니다. 정각마다 시각만큼 울리는 범종도 같은 에밀레종 소리예요. 에밀레종 이야기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이야기에서 자세히 읽을 수 있어요.

인천 약사사의 십이지종

실제 절에도 띠마다 종을 모신 곳이 있어요. 인천 남동구 만월산 자락의 약사사(藥師寺)예요. 절로 오르는 길가 돌담 위에 황금빛 종이 길게 줄지어 서 있고, 종마다 꼭대기에 무기를 든 신장상이, 몸에는 하늘을 나는 천인과 보살이 새겨져 있어요. 종 앞의 작은 막대로 자기 띠의 종을 치며 소원을 비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요.

인천 약사사 돌담 위에 줄지어 선 금빛 종들
약사사 길가 돌담 위에 줄지어 선 금빛 종 · 📷 이든테크 촬영 (2024년 8월)
약사사에서 막대로 종을 치는 모습
종 앞의 막대로 ‘당~’ 하고 종을 쳐 봐요. 종 꼭대기에는 신장상, 몸에는 천인과 보살이 새겨져 있어요. · 📷 이든테크 촬영 (2024년 8월)

약사사는 1932년 금강산 유점사의 보월 스님이 만월산을 지나다 산세를 보고, 이듬해 작은 암자 ‘약사암’을 지은 데서 시작했어요. 산 이름도 약사여래의 정토인 ‘동방 만월세계 정유리국’에서 따 만월산으로 불렀다고 해요. 1960년대 한능해 스님이 지금 자리로 옮기며 약사사가 되었고, 지금은 대한불교화엄종 절이에요(인천 남동구 풀무로 48).

인천 약사사 약사전
약사여래를 모신 약사사 약사전(藥師殿) · 📷 이든테크 촬영 (2024년 8월)

약사사와 십이지는 뜻이 깊게 이어져 있어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십이지신을 『약사경』을 외우는 이를 지키는 약사여래의 열두 신장(십이신장)으로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십이지 신앙이 약사 신앙과 밀접하다고 봐요. 아픈 이를 낫게 하는 약사여래를 모신 절에 열두 띠의 수호신을 모신 종이 있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러워요.

※ 약사사 띠별 종을 만든 때나 크기, 치는 방법은 공식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어요. 찾아가실 때는 절(032-429-4449)에 미리 여쭤 보세요.

열두 띠, 열두 시각, 열두 수호신

통일신라 석제 십이지신상 중 뱀
석제 십이지신상 중 뱀(통일신라) ·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

십이지(十二支)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곧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예요. 해마다 띠가 바뀌고, 하루도 열둘로 나눠 시각을 셌어요. 자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축시는 1시부터 3시… 이런 식이에요.

통일신라 사람들은 십이지를 나쁜 기운을 막는 수호신으로 여겨 왕릉 둘레돌과 탑에 새겼어요. 김유신 장군 묘로 전하는 무덤과 성덕왕릉, 경주 원원사 터 삼층석탑에서 사람 몸에 동물 머리를 한 십이지신상을 볼 수 있어요.

소원법당에서 내 띠 종 치기

  • 마당 서쪽 종각 안, 돌 받침 네 개에 세 개씩, 마당에서 보아 왼쪽부터 子(쥐) → 亥(돼지) 순서로 걸려 있어요. 종 아래 이름패에 띠가 적혀 있어요.
  • 종을 누르면 내 모습이 종 앞으로 걸어가 종을 치고, 에밀레종 소리가 울려요. 함께 들어와 있는 분들께도 소리가 들려요.
  • 올해의 종(2026 병오년은 말띠 午 종)에는 빨간 표와 은은한 금빛 후광이 있어요.
  • 정각에는 지금 시각에 해당하는 띠의 종이 범종 소리에 맞춰 함께 흔들려요. 밤 11시~새벽 1시에는 쥐띠 종이 흔들리는 식이에요.

내 띠 종 앞에서 소원을 하나 빌어 보세요. 약사사에서처럼요.

🔔 소원법당에서 내 띠 종 치기

참고한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진관사 동종'(덕수286)·’석제 십이지신상'(덕수5197)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진관사’·’십이지신’ · 인천광역시 지명유래 ‘만월산·약사사’ ·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 ‘약사사’ · 뉴시스(2024.10.20)
※ 진관사 동종 명문의 자세한 내용과 박물관에 들어온 경위는 공식 자료에 없어 적지 않았어요.
※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공공누리 제1유형(출처표시). 약사사 사진은 이든테크가 2024년 8월 직접 찍었어요. 법당 종 3D 자료: 국립중앙박물관 ‘진관사 동종’, 공공누리 제1유형. 종소리: 성덕대왕신종 타음(국립경주박물관 2025 타음 조사, 경주신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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